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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민주주의가 상실된 세계의 자본행 특급열차! 본문
현실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면 우리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가상의 공간 속에서 우리는 화려한 비상과 역동적인 혁명을 꿈꾸기도 하고 때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한다.
뇌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셀프-위안은 우리에게 유일한 현실의 탈출구이다.
물론 이는 예술가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들이 현실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그들 역시 상상의 나래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우리에게 선사해준다.
그러한 세계가 보여준 모습이 명확히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를 작가, 거장이라 칭한다.
더불어 흥행까지 한다면 그는 부와 명성을 얻고
우리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삶 속에서 대체 가능한 확실한 위안을 현실에서 ‘잠시나마’ 얻는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 영화 <설국열차>에 주목한다.
<설국열차>는 사실 끝없이 달려야만 하는(성장해야만 하는), 정지하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체제에 갇힌 우리가 민주주의라는 정치 체제를 빼앗긴다면 벌어질, 우리의 시대상을 희화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일단 체제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가장 핵심인 열차를 만들고 엔진을 장악하고 있는 열차 맨 앞 칸에 사는 윌포드,
그는 체제 그 자체이며 언젠가는 반드시 있을 탈선 사고와 열차 자체 시설 노후로
정지할 운명의 설국열차를 끊임없이 달리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지구가 빙하기에 빠졌기 때문에 철로를 보수할 수도 없고,
부품을 자체 생산할 수도 없는 열차가 언제까지 무한히 달릴 수 있겠는가?
결국 시간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그의 하수인인 총리와 그 총리 옆에서 요원인 듯 보이는 두 명의 보디가드가 있으며,
이들은 무장한 자치 병력으로 기차를 힘으로 장악하고 있다.
또한 각각의 칸에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많은 승무원들이 존재한다.
열차를 조정하는 승무원들, 폐쇄된 공간에서 동식물을 관리하는 승무원은 물론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 교사,
심지어 럭셔리한 카페와 클럽까지 세상의 모든 것을 축소시켜 놓은 수많은 열차 칸을 위한 승무원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댓가를 지불하고 ‘정말’ 운 좋게도 이 열차에 유임 승차한 승객들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설국 열차에서 언젠가 끝날 시한부인 인생을 향락과 마약에 빠져 즐기며 살고 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게 보이는 것이 이 열차에서 자아실현이나 미래의 행복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마저 들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그럴듯하게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열차의 꼬리 칸에, ‘설국열차’에 무임 승차한 주인공 커티스와 천여 명의 하층민인 ‘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운(?) 좋게 탑승한 이 열차에 무임 승차한 대가로 윌포드는 그들의 모든 것을 빼앗고
처음 한 달간 물과 식량조차 주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부터 이 영화의 비극은 시작된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한 달 후 살아남은 그들이 느꼈을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 모멸감과 가슴 깊이 끓어오르는 자신에 대한 분노를
그들 스스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설국열차>의 핵심이다!
물론 그들이 체제를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체제의 우월함은 인류의 유일한 생존자들이 기차 안에서만 존재한다는 영화 설정으로 이미 논란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자본주의의 우월함도 공산주의 몰락으로 이미 분명해졌다)
기차에서 내리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이며
이는 열차에서 내려 불과 몇 백 미터 가기 전에 얼어 죽은 ’7인의 반란’으로 확실해 보인다.
(우리도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사람들은 체제 내에서’만’, 기차 내에서‘만’ 혁명을 꿈꿀 수밖에 없다.
즉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달리는 열차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맨 앞 칸에 있는 엔진을 장악하는 것이 그들이 살아가는 목적이 된다.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상실해버린 자본주의가 어떠한 모습인지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준다.
그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며 그거라도 하지 않는다면,
그들 대신 죽어간 사람들에 대해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 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이 밀폐된 각각의 기차 칸을 장악하며 앞 칸으로 전진할 수 있을까?
따라서 영화는 어찌 보면 <올드보이> 해당 씬의 무협 판이 되어간다.
복도와 열차의 공간의 유사성과 수천 억 자산가에 의해 인간의 기본적 존엄성마저 말살되어 버린 오대수,
그는 복수를 꿈꿔왔으나 사실 그의 복수는 이우진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움직인 퍼즐이었다.
<설국열차>의 그들도 인간의 기본적 존엄성마저 말살되어 버린 열차 의 꼬리 칸에서
복수를 위한 혁명을 꿈꾸며 분연히 일어서지만 이 역시도 권력을 향한 누군가의 치밀한 계략일지 모른다.
긴 복도에서 오대수와 대치 중인 모습(올드보이좌)과 열차에서 대치 중인 하층민들 (설국열차 우)
살아남은 자들에게 강요된 혁명!
인류의 역사를 보면 민주주의가 없던 시절, 거대 권력과 이에 결탁한 귀족, 자본가들이 판치던 시기에
프랑스 대혁명 같은 유혈 혁명이 일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당연히 제대로 된 무기는 없다.
그래서 영화는 망치를 들고 수십 명의 조폭들과 싸우는 오대수가 이제는 수적으로 더 많아졌고,
조폭들은 더 좋은 장비와 분명한 체제로 무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전투에서 영화적 재미에 빠지며 등장인물들에게 상호 동화되어간다. 설국열차의 신세계에 빠져든다.
더불어 단순한 이야기 구조와 국제적인 인물 군상들은 걸작들이 우리에게 언제나 그러하듯,
엄청나도록 놀라운 반전을 너무나 ‘무덤덤’하게 제시한다.
살아남은 자의 ‘죽음보다 더 처절한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 싸우지만,
결국 그것조차 ‘누군가’의 의도이며 그들은 ‘누군가’의 손에 놀아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이 성공하더라도 결국 ‘대부분의 그들’에게 현 상황은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볼 때
성공한 유혈 혁명조차 권력의 속성상 결국 일인자에게 다시 권력이 집중되었다.
때문에 이 치명적인 약점이 지배자가 바뀔 뿐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자조적인 우리의 원성을 자아낼 수 있기에
우리를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한 것이 사실이며, 영화에서도 그 권력의 속성을 결코 떨쳐버릴 수 없는 상황이 반드시 발생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거장의 걸작에서는 그 아이러니가 놀랍게도 주인공 변화의 시작이면서 몰락의 결정적 원인이 되지만,
그 변화 때문에 주인공은 또 다시 닥친 결정적 위기의 순간에
우리와 그를 하나 되게 만들며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꿈꿔왔던 멋진 비상을 가능케 한다.
즉 그는 우리와 같이 영화의 시작과 더불어 성장해 이제는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동반자와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배우를 동경하고 영화를 사랑하며 끊임없이 대리만족을 위해 영화관을 찾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감독은 영화가 너무 현실적이거나 지극히 이상적인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엄청나도록 놀라운 반전을
너무나 ‘무덤덤’하게 제시한 후, 뻔한 결말을 역시나 뻔하게 막기 위해 보너스로 송강호가 분한 ‘남궁민수’를 설정해 놓고 있다.)
여하튼 나는 이 영화의 매력에 빠져 주저하지 않고 <설국열차>를 추천한다.
시간이 된다면 당장 가서 <설국열차> 티켓을 끊어라! 아니 시간이 안 된다면 만들어서라도 보라!
당신에게 거장 봉준호 감독이 후회하지 않을 시공간을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기억하라!
우리가 민주주의를 잃는 순간 자본주의는 우리를, 영화 <설국열차>의 ‘%, 소.수.점.’으로 치부되는, 꼬리 칸 무임 승차 승객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그것도 우리의 손을 빌려서 말이다!
*추신 : 나에게 이 글을 쓰게 영감을 주신 미국 건국의 아버지 ‘토마스 제퍼슨’께 경의를 표한다.
또한 그가 걱정했듯 자본주의가 아직도 민주주의를 집어 삼키지 못했음에 신께 감사드린다.
2013-08-07 11: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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