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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종사] 다시는 못 볼 것 같던 옛 친구를 만나 고량주를 한 잔 마시다! 본문
<열혈남아>, <아비정전>, <중경삼림>, <동사서독>, <해피투게더>…
나에게 20대를 버틸 수 있게 해준 친구들이다. <열혈남아>를 보고 처음으로 그 친구를 알게 되었고, <아비정전>을 보고 그 친구를 좋아하게 된다. <중경삼림>을 통해 다른 친구들에게 그 친구를 소개할 수 있었고, <동사서독>으로 자신의 소신을 굳히지 않았던 그 친구는 <해피투게더>로 일약 스타가 된다. ^-^0*
24년 전,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당연히 그때 영화관에 간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지만) 교칙을 어기는 행동이었다. 더구나 그 당시 영화 티켓 값은 일주일 용돈이어서 도저히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아는 누나가 영화를 보여줬고 그 영화가 우연히 <열혈남아>였다. 나는 정말 이유도 모른 체 말보로를 피우던 소화(유덕화)에게 빠져들어 첫 담배로 ‘말보로’를 택하게 된다.
그게 계기가 되었던가?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1년 전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영화학과를 지원하게 된다. 그런데 영화감독이 뭐하는 지도 정확히 모르고 영화학과에 들어갔던 내가 제대로 된 뜻이나 있었겠는가? 하지만 <아비정전>에서 어머니를 찾아갔다 만나지도 못하고 걸어가는 아비(장국영)의 뒷모습에 이유도 모르게 다시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찾아보니 두 작품의 감독이 같았다. ‘왕가위!’ 나는 뭔가 특별한 비밀 친구가 생긴 기분이었다. 이 친구 때문에 영화를 좋아하게 된다.
물론 가끔 ‘말보로’를 피며 처음 만난 여자에게 <아비정전>의 ‘아비(장국영)’처럼 ‘발 없는 새’와 ‘우리가 지금 함께 한 1분은 다시 있을 수 없다’는 꼴값을 떨기도 했다. ^-^0* (<아비정전> 예고편을 보면 조금 이해가 가실 것이다.)
그리고 <중경삼림>! 왕가위를 흥행 감독으로 만든 작품이다. 2주 만에 촬영을 끝냈다고 할 정도로 그 작품의 완성도에 있어 기존 왕가위의 작품과 분명 다른 영화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고, ‘중경’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 남녀의 엇갈린 사랑이야기는 그 당시를 살던 20대들에게 사랑과 실연이라는 공통분모에 있어 많은 부분 공감을 자아냈다. 또한 흥행의 여파로 유사한 많은 영화들을 양산했으며 그의 스타일을 따라한 한국의 한 감독은 정말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나의 관심은 왕가위의 ‘목숨’이었다. 그 당시 시나리오조차 쓰지 않고 촬영을 했던 왕가위는 전작들의 흥행 실패로 적잖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게 제일 잘나가던 평론가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다) 홍콩 영화가 스타를 활용해 빨리 촬영하고 개봉해서 자금을 회수해야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나오면 여러 장면을 감독과 조감독‘들’이 나눠 찍었단다. 그런데 왕가위는 자신이 직접 찍기 위해 배우에게 조차 시나리오를 주지 않았고 심지어 배우들은 자신이 찍는 씬이 뭔지도 모르고 촬영에 임했단다. 더구나 <열혈남아>, <아비정전>이 흥행해 참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왕가위는 홍콩에서 제일 잘나가는 배우들을 데리고 돈을 투자한 ‘무시무시한 사람들’을 피해 사막 한가운데서 1년 동안 촬영만 하고 있었으니… (이 영화가 동사서독이다) 많은 지인들이 그의 목숨을 걱정할 정도였단다. (이쯤 되면 그 무서운 세계적 조폭 집단인 삼합회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지인들의 걱정을 한 번에 날려버린 작품을 갑자기 홍콩으로 와 2주 만에 촬영을 끝내고 개봉하니 그것이 <중경삼림>이다. 역시 급하면 뭐든지 되나 보다! ^-^0* 그 당시 하루에도 몇 번을 들어야 했던 (어딜 가나 들렸던) 명곡 ‘캘리포니아 드림’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동사서독>이 개봉한다.
사실 나는 그 당시 <동사서독>OST를 하루 종일 들었다. 지금은 판조차 구할 수 없는 <동사서독>OST는 정말 지금 들어도 가슴을 흔들어 놓는다. 그리고 내 20대 마지막으로 접한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 투게더>!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내 평생, 동생애자들의 사랑도 이성애자들의 사랑과 다를 바 없다는 삶의 진리를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제 50회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왕가위에게 안겨주었다. 그는 세계적 거장이 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다. 나도 나이를 먹고 20대는 희미해져 갔다. 그때의 사랑, 그때의 열정은 한때의 치기였는지 모른다는 고백 아닌 고백을 할 무렵. 왕가위 감독은 건재함을 자랑하듯 외국 배우들을 기용해 만 10년 만에 제 60회 칸 영화제 공식 개막작으로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를 들고 나왔다.
그의 주특기인 사랑이야기였고 일정 부분 공감이 가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30대 후반인 내게 이제 누군가와 사랑을 시작하는 것은 분명 남의 이야기였다. 이후. 나는 그를 잊게 된다. 그리고…
오늘 나는 영화관에서 <일대종사>를 본다.
‘엽문’이라는 무협인의 전기 영화 형식을 띤 이 영화는 사실 엽문(양조위)이 주인공은 아니다. (물론 전적으로 내 주관적 견해다) 마치 ‘송혜교’가 역시 조연도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는 엽문의 눈을 통해 당시 무협인의 삶을 ‘궁이(짱쯔이)’를 중심으로 그리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오랜만에 낮술을 먹었다. 20대에는 지인들과 탕수육에 고량주를 먹었겠지만, 40대인 지금은 전어회에 백세주를 혼자 마셨다. 말로는 형언할 수 없지만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20대 아련한 추억들이 가슴을 여미어왔다. 시대를 풍미했던 감독의 작품을 다시 만난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이제는 60이 다 되어가는 그가 늙어 줄을 때까지 작품을 했으면 한다. (물론 그의 이번 작품 <일대종사>는 작년에 중국에서 흥행 1위를 했단다. 다음 작품은 따놓은 당상이겠지!) 벌써부터 차기작이 기대된다. ‘마치 다시는 못 볼 것 같던 옛 친구를 만나 고량주를 한 잔 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에 취해 오늘 하루도 저물어간다. ^0^*
* 추신 : <일대종사>는 지극히 서정적인 무협물이다. 역사적 사실을 간과한 체 일정 부분 인물들을 미화하고 있다. 참고하시라. 엽문은 어떤 사람인가? (위키피디아)
2013-08-23 17: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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