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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관상]단언컨데…올 추석 최고의 흥행작

TheK의 추천영화 2018. 1. 18. 10:37

작품성 7 흥행성 9.5 캐스팅 9 조정석 9 추석개봉특선 10점 만점에 15점! 

아쉬운 점 : 역사적 사실에 기대어 ‘영화적’ 리얼리티/개연성/그럴듯함을 버렸다.




     


올 추석 최고의 흥행작을 고르라면 단연컨대! 주저 없이 <관상>을 뽑을 것이다!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 그리고 김혜수!’ 이름만 들어도 설레지 않는가? 어떻게 이런 캐스팅이 가능했을까? 정말 운 좋은 감독임이 틀림없다. 더구나 <건축학 개론>의 납뜩이 역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조정석(팽헌)이 등장한단 것만으로 나는 이 영화가 재밌을 거라 속단했다. (솔직히 ‘최고다 이순신’도 애청했다)   


아니나 다를까? 심야 시간대인 11시 반에 보러간 영화는 정말 같은 시간대의 그전 영화에 비해 관객이 많았다. 조용히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기 저기 떠드는 무례한 극소수 괴한(?)들로 인해 벌써 직감이 왔다. 이 영화 올 추석 최고 대박이겠구나! 저런 인간들까지 이런 시간에 영화관에 올 정도면… (좀 슬픈가?! ^-^0*)   영화 내용은 간단했다. 역적으로 몰려 몰락한 양반 내경(송강호)은 연홍(김혜수)의 꾐에 빠져 한양에서 관상쟁이 짓을 하다 김종서(백윤식) 편에 서게 된다. 그리고 문종의 교지를 받들어 단종을 지키려 하지만 수양대군(이정재)의 역습으로 김종서는 죽고, 아들(이종석) 마저 잃게 된다.   


   


우리가 다 아는 수양대군의 반정, 그리고 세조가 된 수양대군! 다 익히 TV 사극을 통해 아는 인명들, 뻔한 결말들! 문제는 너무나 좋은 배우들의 캐스팅에 만족한 건지(?)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영화적 리얼리티’, ‘영화적 개연성’, ‘그럴듯함’에는 실패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슬퍼진다.    


일단 첫째. 당대 최고의 관상쟁이인 내경(송강호)이 왜 권력의 중심에 서지 않고 지는 쪽에 설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에게 씌워진 역적의 굴레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또 역적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 아닌가? 그렇다면 당연히 아들의 목숨도 (‘언젠가는’이 아니라) 곧! 보전할 수 없다. (대를 이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것보다 치명적으로 조상에게 죄를 짓는 행위가 어디 있단 말인가!)    


따라서 역적의 굴레 때문이라는 암묵적 설정은 잘못됐다. 그것 때문이라면 그는 수양대군의 편에 서야한다! 더구나 결론 부분을 보면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읽고 있고 자신이 수양의 무리에 들어가기만 하면 ‘파도를 타고’ 웅비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Why?!’ 다른 이유, 다른 설정이 필요하다!   


둘째. 극중에서 내경(송강호)의 처남 팽헌(조정석)이 수양대군을 찾아가 김종서가 어떻게 수양대군을 제거할지 알려준다. 수양대군의 사병이 명나라 사신단을 호위하러 가는 동안이다. 그런데 왜 수양대군의 사병이 명나라 사신단을 호위하러 가는가? 대국의 사신단을 사병이 호위한다? 역사적 사실이 그럴 수도 있겠으나 영화적으로 나는 좀 그랬다.    


가장 중요한 조선의 공식 행사에 김종서가 수양대군의 성질을 건드리며 파악한 그의 사병을 보낸다? 그걸 수양대군이 받아들였다? 물론 정말 그럴 수도 있겠으나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최동훈 감독이 2004년 작 <범죄의 재구성>에서 보인 영상으로 제시한 구체적 설명과 같은, 또는 2008년 작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서 곽경택, 안권태 감독이 제시한 역시나 영상으로 같이 설명 되어지는 장면 같은 거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는 내경(송강호)의 처남 팽헌(조정석)이 언젠가 일을 저지를 거라는 사실을 조선 최고의 관상쟁이 내경(송강호)은 이미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처남이라는 이후로 김종서의 계획을 그가 알도록 방관했다는 사실이다. 왜?! 수양대군의 이마에 점 세 개를 만들어 (관상을 바꿔) 그가 반역을 꾀할 거라고 단종을 굳게 믿게 만든,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에 버금가는 내경이 왜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패를 버림은 물론 그 패를 수양대군에게 그냥 갖다 바치는가? 아, 놔?!~~~   


셋째. 역사적으로 사실일지는 모르나 김종서의 죽음은 참 어이가 없다. 갓끈 떨어졌다고 찾아온 수양대군을 받아주는 김종서나 상황 파악 다하고도 거기서 그냥 그 상황을 어이없게 받아들이는 내경(송강호)이나, 너무나 역사적 사실에 기대어 영화적 리얼리티와 그럴듯함, 개연성을 방기하고 있다. (최소한 김종서가 그 날 너무나 무방비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영화적’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역사적 사실이래도 말이다.)   


왜 그럴까? 내경의 처남으로 분한 조정석의 분량을 늘리기 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 개봉 상영 시간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원래 시나리오에 있는 많은 부분이 촬영은 했으나 혹시나 편집상 삭제 된 것일까? – 물론 전적으로 내 추측이고 (난 이 영화 시나리오를 본 적이 없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것이다. 암 그렇고말고. 근데 왜 그러지, 이 영화?! – 너무 슬프다. ㅠ.ㅠ;   하지만 이 영화 나름 정말 재밌다. 기라성 같은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는 물론, 감초 같은 조연 배우들의 익살과 심지어 단역 배우의 섬뜩함까지. 정말 탁월한 캐스팅으로 내가 위에 열거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재밌고 볼 가치가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가 솔직히 <스파이>를 제치고 올 추석 최고의 흥행 대작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래서 더 슬프다. (슬퍼서 리뷰 앞부분만 쓰고 비관적인 나머지 부분을 쓰는 데 며칠이 걸렸다. 하지만 모든 영화의 리뷰를 쓴 다는 마눌님의 정해준 대원칙을 지키기 위해 겨우겨우 썼다. 아~ 백수들의 슬픔이여^^…)   한국 영화 퐈이팅!!! ^-^0*   


*추신 : 맨 마지막 광화문 씬. CG 좀 우람하게 썼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우리도 사극에 스케일 좀 정말 크게 넣었으면 한다. CG로 요새 너무 쉽게 할 수 있지 않는가? 좀 초라했다.   


*추신2  : 역사적 사실에 기초 한 것과 영화적 리얼리티는 별개의 문제다. 관객은 자세한 정보를 영화를 통해 접하기 때문에 역사물이라도 영화만의 리얼리티와 개연성이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는 역사고 영화는 영화다!   



 2013-09-15 1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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